두근두근 첫 수업

38기 졸업생 배현나(MI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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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을 한지 한 달이 지나갑니다.

진작 썼어야 생동감이 더했을까요. 하지만 아직도 늘 첫 수업같은 느낌입니다.

마음만 초심이면 괜찮을 텐데 마음처럼 입이 잘 따라가지 않는 건 왜 아직도 인 건지. 늘 수업을 들어가기 전에는 손끝까지 심장박동이 파르르 전달됩니다

어떻게 후기를 써야 다른 분들께 잘 전달될 지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어보다가 저보다 일찍 첫 수업을 하신 동기 민하쌤 표현이 너무 와 닿았습니다.

저는 쿵쾅쿵쾅을 너머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니까요

제 비공식 첫 수업은 한 고등학교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이신 양지선 마스터 선생님 덕분에 운 좋게도 예행연습이라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의 한 시간을 잘 끌고 나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던 때였는데, 마침 학교가 공사로 인해 30분 단축수업이 진행되어 부담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한 겨울, 높이도 넓이도 기존 요가센터의 몇 배가 되는 체육관. 3-40개 남짓 오밀조밀 깔린 매트에 앉자마자 누워버리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30분은 금방 가겠지. 어서 해치워버리자고 강당 위로 나섰습니다. 추웠던 때라 아이들은 빨리 가고 싶다며 아우성이었고 저는 곧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끼며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반성하기도 하고, 아직 고등학생은 인간이 덜 된 나이구나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팔자 좋게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었습니다

수업 종은 쳤고 저는 학생들 앞 매트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집중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완벽한 환경을 바라는 건 오직 일을 미루기 위한 수단일 뿐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요.

다행히 모든 학급에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들이 있었고 제 말을 따라주는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수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집중을 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내킬 때만 따라했지만 그것만으로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 안좋았으까요.

그래서 더 이 아이들에게 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됐습니다. 저도 그런 아이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가 요가에 빠지게 된 이유를 아이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동작들을 하며 그 동작의 효과들을 알려주었습니다. 백회마사지를 하면 머리가 맑아지며 두피마사지가 되고, 활 자세를 하면 장마사지가 되어 변비에 좋아진다는 뭐 그런 것들이요.

극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흥미를 가지며 해당 효과가 필요한 친구를 부르며 적어도 수업 안에서 산만하게 되었습니다


"! ㅇㅇ이 탈모 있는데 이거 꼭 해야겠다!" 


"ㅇㅇ, 너 변비있자나!! 당장해!" 라면서요


저는 그 정도도 감사했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얼마 안되는 시간에 그 아이들에게 요가의 좋은 점과 필요성을 조금이나마 인식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내가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산만함과 그 속에서 버벅거렸던 기억은 힘이 되면서도 저를 두렵게 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이니까요. 위에는 좋았던 기억을 썼지만 성악설을 믿게 만든 순간도 분명 (많이) 있었습니다. 잊으려고 노력해서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저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

드디어 제 공식 첫 수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녁 9:45. 미금점. 빈야사
하필 제가 스탠다드 과정 때 가장 힘들어했던 그 빈야사... 수련받는 건 좋아하지만 내가 수업을 하게 되다니...아마 수업이 정해졌을 때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거렸던 것 같습니다.

빈야사는 호흡과 함께 동작이 빠르게 들어가서 잘못하면 멘트 하다가 헥헥대게 되고, 멘트보다 동작이 빨라질 수도 있어서 연습을 충분히 해야 했습니다.

동기 분들 중 거의 제일 늦게 수업을 시작하게 되어서 이 사실을 알렸고, 동기 분들은 아낌없이 축하해주시며 미금점 회원님들이 아주 천사라는 말도 전해주셨습니다(물론 다른 지점회원님들도 좋으시지만!).

순간 고등학생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이 천사가 된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상상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충분한 연습이 떨림을 잠재우는 데에 가장 좋은 약이 될 것 같아 다른 일터에도 휴가를 내고 연습을 했습니다.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신경써야 하는 건 많았습니다. 어떻게 입고 가야할지, 음악은 어떻게 해야 할지, 오프닝 멘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밥을 먹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모든 신경이 수업준비로 집중되었습니다.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서 부담감은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드디어 당일. 미금점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많은 강사 분들이 그러하셨듯 염불을 외는 것 같이 준비한 멘트를 줄줄줄 외웠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때에는 정말 남들의 시선은 개의치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엄청 긴장한 채로 미금점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미금점 과장님과 주임님이 다정하게 안심시켜 주셔서 고조되어 있던 긴장감이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솔직히 수업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아서 일까요

사바사나 시간에 앉아서 누워있는 회원님들을 멍하게 바라보며 회원님들이 수업시간을 어떻게 느끼셨을까 생각했던 것만 기억이 나네요. 큰 실수는 안했지만 거기에 만족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첫 수업을 한지 한 달이 지나갑니다
아직도
" 보이지 않게 여러분 안에 무언가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을 거에요. 오늘도 수업을 받으며 바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이러한 조금의 변화를 점점 쌓아 변화를 만들어 나갑시다."
라는 준비한 멘트의 내용을 
"자 오늘도 열심히 쌓아갑시다."로 단축해버리는 저의 놀라운 요약능력에 혀를 내두르지만 
익숙한 얼굴들도 많아졌고 제 수업 스타일에 익숙해졌다는 회원님, (얻어 걸리긴 했지만) 수업이 좋다고 말해주신 회원님

친절하고 다정한 미금점 회원님들을 겪고 보람을 느꼈던 적도 많았습니다


회원님들의 웃는 모습, 만족하는 모습에 저도 힐링이 될 때도 많았습니다. 보내주신 좋은 기운에 보답하기 위해서, 좋은 기운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좋은 수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추진력이 적은 저의 단점을 넘어설 수 있도록 카리스마로 이끌어주신 양지선 선생님, 미금점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힘써주신 오 차장님, 항상 지도자 쌤들을 위해 힘쓰시고 제 늦은 후기를 기다려주신 최현철 부장님, 그리고 항상 힘이되는 38기 동기들! 모든 마스터 쌤들! 선생님들 다 감사 드립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